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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잘 하는 것 유전일까?

by cloud7 2025. 8. 24.

공부하는 학생
공부하는 학생

 

 

 

공부 잘하는 것, 유전일까?

“공부 잘하는 것은 타고나는 걸까, 아니면 노력의 결과일까?”라는 질문은 오랜 세월 동안 학부모, 학생, 교육 전문가, 심리학자, 심지어는 정책 입안자들까지도 끊임없이 던져온 주제이다. 최근 뇌과학, 유전학, 교육학의 발전은 이 논쟁에 보다 정교한 답을 제시하고 있으며, ‘유전과 환경의 상호작용’이라는 다층적 프레임에서 이 문제를 바라보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1. 유전적 요인의 역할

공부 능력, 즉 학업 성취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가운데 유전적 기여를 무시할 수 없다. 쌍둥이 연구와 가족 연구는 학업 성취도에서 상당 부분이 유전적으로 설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일란성쌍둥이(유전자가 동일한 경우)와 이란성쌍둥이(유전적 유사성이 절반 정도인 경우)를 비교한 연구에서, 일란성쌍둥이의 학업 성적 상관이 훨씬 높게 나타난다. 이는 학업 능력에 유전적 요소가 분명히 존재함을 시사한다.

지능(IQ)은 학업 성취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지적 능력이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IQ는 약 50~80% 정도가 유전으로 설명될 수 있으며, 특히 추론 능력이나 작업 기억력 같은 ‘핵심 인지 능력’은 유전적 기반이 강하다. 이는 곧 어떤 학생이 논리적 사고에 유난히 강하거나 빠르게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는 경우, 유전적 기여가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2. 환경적 요인의 영향

그러나 유전이 모든 것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같은 유전자를 가진 일란성쌍둥이도 성장한 환경, 학교, 교사, 친구, 부모의 기대와 지원에 따라 성적이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교육학 연구에서 학업 성취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가정의 사회경제적 지위(SES: Socio-Economic Status)’가 매우 중요한 변수임이 반복적으로 확인된다. 부모의 학력 수준, 경제적 자원, 학습 환경 제공 여부 등이 아이의 학습 태도와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또한 개인이 속한 문화적 배경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학업 성취를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적 규범이 존재한다. 이러한 환경은 아이들로 하여금 더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게 만들며, 이는 곧 성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반면, 학업보다 창의성이나 스포츠 활동을 중시하는 문화에서는 상대적으로 공부에 대한 압력이 약할 수 있다.

3. 유전자-환경 상호작용

최근 뇌과학과 유전학 연구는 유전과 환경이 단순히 ‘더하기’ 방식으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복잡하게 상호작용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특정 유전자는 특정 환경에서만 발현되거나 강화될 수 있다. 이를 유전자-환경 상호작용(gene-environment interaction)이라 부른다.

대표적인 사례는 ‘MAOA 유전자’ 연구다. 이 유전자는 충동성과 관련이 있는데, 아동기에 학대나 방임을 경험한 아이들 중 특정 변이를 가진 경우 성인이 되었을 때 반사회적 행동을 보일 확률이 훨씬 높았다. 그러나 같은 유전자를 가진 아이라도 안정적이고 양육적인 환경에서 자라면 문제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즉, 유전은 가능성을 제공하고 환경은 그것을 현실로 만들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공부 잘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학습 능력과 관련된 유전적 요인을 지니고 있더라도, 적절한 환경적 지원이 없다면 그 잠재력은 발휘되지 못한다.”

4. 뇌 발달과 가소성

뇌의 발달과정 역시 공부 능력과 밀접하다. 인간의 뇌는 유년기와 청소년기에 급속도로 발달하며, 특히 전두엽 영역이 20대 초반까지 성숙해 간다. 전두엽은 계획, 문제 해결, 집중력, 자기 조절과 같은 고차원적 인지 기능을 담당하기 때문에 학업 성취와 직결된다.

흥미로운 점은 뇌가 ‘가소성(plasticity)’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경험과 학습을 통해 뇌 구조와 기능이 변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예컨대, 음악 훈련을 받은 아이들의 청각 피질이 두꺼워지고, 장기간의 집중 훈련을 받은 사람들의 전두엽 회백질이 증가하는 것이 관찰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공부를 잘하게 만드는 뇌의 신경망도 지속적인 훈련과 자극을 통해 강화될 수 있다.

5. 노력과 습관의 힘

공부 능력의 상당 부분은 습관적 노력에서 비롯된다. 심리학자 캐럴 드웩(Carol Dweck)의 연구에 따르면,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을 가진 학생, 즉 “노력을 통해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라고 믿는 학생들이 실제로 더 높은 성취를 거두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능력은 타고난 것이다”라고 믿는 고정 마인드셋(fixed mindset)을 가진 학생은 실패에 취약하고 시도 자체를 줄인다.

매일 꾸준히 학습하고, 목표를 설정하며, 계획적으로 시간을 관리하는 습관은 뇌의 인지적 자원을 최적화하고, 학업 성취로 이어진다. 이러한 습관은 유전적 소질과는 무관하게 모든 학생이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이다.

6. 결론: 타고난 것과 만들어진 것의 조화

결론적으로, 공부를 잘하는 것은 ‘유전’과 ‘환경’, 그리고 ‘노력’이 서로 복합적으로 얽힌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전적 요인은 잠재적 능력의 범위를 설정한다. 예컨대 어떤 아이는 수학적 사고에 특화된 뇌 구조를 가지고 태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잠재력도 적절한 교육과 환경, 그리고 본인의 꾸준한 학습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발현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부 잘하는 것은 유전인가, 노력인가?”라는 이분법적 질문보다는 “어떻게 하면 각 개인이 지닌 유전적 가능성을 환경적·심리적 요인을 통해 최대한 발현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더 생산적이다. 교육자는 학생의 타고난 강점을 이해하고, 부모는 지지적이고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며, 학생 스스로는 올바른 학습 습관과 성장 마인드셋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7. 교육적 시사점

  • 맞춤형 교육: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방식이 아니라, 개인의 강점과 약점에 따른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
  • 조기 개입: 아동기의 경험이 뇌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학습 결손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해야 한다.
  • 환경적 평등: 저소득층 학생들에게도 충분한 학습 자원과 환경을 제공해야 유전적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다.
  • 성장 마인드셋 교육: 학생들이 노력의 가치를 내면화하고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한다.

맺음말

공부 잘하는 것은 단순히 유전으로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현상이다. 유전은 기본적인 토대를 제공하지만, 환경과 개인의 노력, 사회적 지원이 그것을 어떻게 발현시킬지 결정한다. 따라서 “타고났으니 어쩔 수 없다”라는 숙명론적 관점보다는, “누구나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환경과 습관을 조성해야 한다”는 관점이 오늘날 교육의 핵심 메시지가 되어야 할 것이다.